좋은글 모음

비워가며 닦는 마음

푸르미르(청룡) 2011. 8. 21. 18:02

 

 

      비워가며 닦는 마음
        
      모름지기 살아간다는 것은
      가득 채워져 더 들어갈 수 없는 상태가 아니라
      비워가며 닦는 마음이다.

      비워 내지도 않고 담으려 하는 욕심,
      내 안엔
      그 욕심이 너무 많아
      이리 고생이다.

      언제면
      내 가슴속에
      이웃에게 열어 보여도 부끄럽지 않은
      수수한 마음이 들어와 앉아 둥지를 틀구

      바싹 마른 참깨를 거꾸로 들고 털 때
      소소소소
      쏟아지는 그런 소리 같은 가벼움이
      자릴 잡아 평화로울가.


      내 강물엔 파문이 일고
      눈 자국엔 물기 어린 축축함으로
      풀잎에 빗물 떨어지듯 초라하니

      그 위에
      바스러지는 가녀린 상념은
      지줄 대는 산새의 목청으로도
      어루만지고 달래주질 못하니

      한 입 배어 먹었을 때
      소리 맑고 단맛 깊은 한겨울 무,
      그 아삭거림 같은 맑음이
      너무도 그립다.

      한 맺히게 울어대는 뻐꾹이 목청처럼
      피맺히게 토해내는 내 언어들은
      죽은 에미의 젖꼭지를 물고 빨아내는
      철없는 어린것의 울음을 닮았다.

      볼 수 있는 것과
      볼 수 없는 것이,
      곧 나다.

      육체 속에
      영혼 속에
      수줍은 듯 숨어 있는 것도
      역시 나다.

      나를 다스리는 주인도
      나를 구박하는 하인도
      변함 없는 나다.

      심금을 울리는 하나의 목소리
      하나의 외침, 외침들
      그것도 역시 나다.

      나를 채찍 질 하는 것도
      나요,
      나를 헹구어 주는 것도
      나다.

      출처 : 지학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