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20일
수수꽃다리
라일락은 향기가 은은하게 오래 갑니다. 네 갈래로 갈라지는 꽃이 간혹 다섯 갈래로 갈라진 걸 찾으면 네잎클로버처럼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낭만적인 전설이 있어 젊은이들 사이에 사랑받고 있는 꽃입니다.
라일락은 영어권에서는 라일락(lilac)이라 부르지만, 프랑스에서는 리라(lias), 중국에서는 정향나무, 순수 우리말 이름은 "수수꽃다리"입니다. 원뿔모양의 꽃차례에 달리는 꽃 모양이 수수꽃을 닮아서 "수수 꽃 달리는 나무"가 줄어 <수수꽃다리>란 정감어린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수수꽃다리와 라일락은 각자의 이름을 따로 가진 다른 나무입니다. 대충적으로 토종 수수꽃다리는 대개 연한 보라색을 띠는데 라일락은 흰색이 많고 잎과 꽃이 모두 큽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수수꽃다리인지 아니면 20세기 초 우리나라에 수입꽃나무로 들여와 온 나라에 퍼진 라일락인지를 알아내는 것은 전문가도 어렵다고 합니다.
<수수꽃다리>가 낯선 이름인 것은 이 꽃을 모두들 라일락이라고 부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수꽃다리와 라일락 외에도 정향나무, 개회나무라고 부르는 꽃나무들이 여럿 있는데 서로 비슷하게 생겨서 언제부터인가 그저 라일락이라고 한데 어울려 부르다 보니 이제는 이름을 바로잡아 제대로 부르기가 무척 어려워져 버렸습니다.
민들레를 토종이든 외래종이든 모두 민들레라고 부르지만, 야생화에 대해 조그만 지식을 갖게 되면 외래종을 서양민들레라고 꼭 접두사를 다는 것을 당연시 하듯이… 한마디로 라일락은 <서양수수꽃다리>이고, 정향나무는 <중국수수꽃다리>라고 부르면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