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황당한 며느리를 혼내긴 커녕 제 손을 잡으며, 저보다 더 서럽게 우시며, 얼마나 서러웠노,, 얼마나 무서웠노.. 처음부터 니가 내딸로 태어났음 오죽 좋았겠나,, 내가 더 잘해줄테니 이제 잊어라..잊어라... 하시던 어머님...
명절이나 손님 맞을때 상차린거 치우려면
"아직 다 안먹었다 방에 가있어라"하시곤 소리 안나게 살금 살금 그릇 치우고 설겆이 하시려다 저에게 들켜 서로 니가 왜 하니, 어머님이 왜 하세요 실랑이 하게 됐었죠...
제가 무슨 그리 귀한 몸이라고.. 일 시키기 그저 아까우셔서 벌벌 떠시던 어머님. 치매에 걸려 본인 이름도 나이도 모르시면서도 험한 말씨 한번 안쓰시고 그저
곱고 귀여운 어린 아이가 되신 어머님...
어느날 저에게 " 아이고 이쁘네~ 뉘집 딸이고~~" 하시더이다. 그래서 저 웃으면서 "나는
정순X여사님(시어머님 함자십니다)딸이지요~ 할머니는 딸 있어요~?"
했더니 "있지~~ 서미X(제이름)이 우리 막내딸~ 위로
아들 둘이랑 딸 서이도 있다~" 그때서야 펑펑 울며 깨달았습니다.
이분 마음속엔 제가, 딸같은
며느리가 아니라 막내시누 다음으로 또 하나 낳은
딸이었다는걸... 저에게... "니가 내 제일 아픈 손가락이다"
하시던 말씀이
진짜였다는걸...
정신 있으실때, 어머님께 저는
항상 감사하고 사랑하고 잘하려 노력은 했지만 제가 정말 이분을 진짜 엄마로 여기고 대했는지... 왜 더 잘하지 못했는지, 왜
사랑하고 고맙단 말을 매일 매일 해드리진
못했는지.. 형편 어렵고 애가 셋이라 병원에 얼굴도 안비치던 형님.. 형님이 돌보신다 해도 사양하고 제가 했어야 당연한 일인데, 왜 엄한 형님을 미워했는지.. 말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사무치고 후회되어 혀를 깨물고 싶은 심정이었답니다.
밤 11시쯤,, 소변보셨나
확인 하려고 이불속에 손 넣는데 갑자기 제 손에 만원짜리 한장을 쥐어
주시더군요. "이게 뭐에요?" 했더니 소근소근
귓속말로 "아침에~ 옆에 할매 가고 침대밑에
있드라~ 아무도 몰래 니 맛있는거 사묵어래이~"
하시는데 생각해보니 점심때쯤 큰아주버님도 왔다 가셨고, 첫째, 둘째 시누도 다녀갔고 남편도 퇴근해서 "할머니~ 잘 있으셨어요~?" (자식들 몰라보셔서 언젠가부터 그리 부릅니다) 인사하고 집에
들어갔는데...
아침 7시에 퇴원한 할머니가
떨어트린 돈을 주으시곤 당신 자식들에겐 안주시고
갖고 계시다가 저에게 주신거였어요. 그리곤 그날 새벽 화장실
다녀왔다 느낌이 이상해 어머님 코에 손을 대보니
돌아가셨더군요....
장례 치르는 동안 제일 바쁘게 움직여야 할
제가 울다 울다 졸도를 세번 하고 누워있느라
어머님 가시는 길에도 게으름을
피웠네요...
어머님을 닮아 시집살이가 뭔지
구경도 안시킨 시아주버님과 시누이 셋. 그리고 남편과 저.. 서로
부둥켜안고 서로 위로하며, 어머님 안슬퍼하시게
우리 우애좋게 잘살자 약속하며 그렇게 어머님 보내드렸어요..
오늘이 꼭 시어머님 가신지 150일 째입니다.. 어머님께서 매일 저 좋아하는 초콜렛, 사탕을 사들고 오시던 까만 비닐봉지. 주변에 널리고 널린 까만
비닐봉지만 보면 눈물이 납니다..
어머님이 주신 꼬깃꼬깃한
만원짜리를 배게 밑에 넣어두고.. 매일 어머님 꿈에 나오시면 사랑한다고... 감사하다고 말해드리려 준비하며 잠듭니다.
다시 태어나면 처음부터
어머님 딸로 태어나길 바라는건 너무 큰
욕심이겠죠...
부디 저희 어머님 좋은곳으로
가시길.. 다음 생에는 평생 고생 안하고 평생 남편 사랑 듬뿍 받으며 살으시길 기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