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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평에 메밀꽃이 피었습니다.

푸르미르(청룡) 2022. 9. 4. 19:46

2022년 9월 2일(금요일)
날씨 : 맑음
옛날 5,60년대 강원도 산골에는 가을이면 메밀꽃은 흔한 꽃이었습니다. 거름기가 없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특성을 가진 탓에 산골짝에 화전 밭을 일구어 2~3년 콩과 팥, 감자, 옥수수를 심어 먹다 땅심이 빠져 곡식이 안되면 다른 곳을 일구어 먹고 묵밭이 됩니다. 묵밭에는 온갖 잡초들이 나서 자라게 되지요. 여름의 절정인 중복이 지나면 잡초를 낫으로 자르고 밭갈이를 하여 잡초가 썩어 거름이 될 무렵 재(불에 타고 남은 가루)와 인분에 메밀 씨앗을 잘 버무려 입추 전에(7월 말이나 8월 초) 뿌리면  상강(霜降) 서리가 내리기 전에 수학을 하게 되지요. 

 

이번 봉평 메밀꽃축제는 코로나로 축제가 취소된 것보다 메밀싹이 홍수로 삭는 바람에 밭이 텅 빈 상태가 된 것 같습니다. 싹이 무르고 파여가고 하여 날씨 탓이 클 것 같습니다. 메밀은 싹이 자라 처서(處暑)가 되면 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메밀은 파종에서 수확기간이 짧아서 메밀 씨앗을 파종하여 어린 싹이 성장할 시기에 홍수로 인하여 평지에는 자라지 못하고 경사진 면에는 그래도 자라서 귀퉁이에서 서식한 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축제 취소로 지방 특별 음식인 봉명 막국수집들은 울상이었다. 115년 만에 닥친 재난이니 하늘을 원망할 수밖에 한숨 속에 세월은 흘러갑니다.

이 일대가 메밀꽃이 하얗게 피어있어야 할 곳이 캄캄합니다.
메밀 씨앗이 다 삭고 무르고 해서 이 지경 되었습니다.
메밀밭 끝 지점에 그나마 꽃을 볼 수 있어서 헛걸음은 조금 위안이...
가는 바람에도 꽃대가 흔들려 접사가 어려웠습니다.
몇 년을 벼르고 별러서 왔는데 이만큼이나마 꽃을 볼 수 있는것으로 돌아오다 거기막국수집에서 막국수 한 그릇하고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