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전을 추억하며 내 기억에 함께 떠오르는 산화한 전우가 있으니 그는 이OO 수병 이다 (수병이라는 단어는 해병대에서 후임자가 선임자 해병을 호칭할 때 사용하는 계급 용어임)
무명용사로 월남전선에서 애절히 산화한 이OO 수병 ... 그를 추억하며 다시금 40년 전의 그 시절, 작전지역을 누비고 다니며 치루었던 전투와 특히 그가 산화했던 전투가 추억된다 월남전에서 가장 큰 승리를 이룩한 무적의 청룡부대.......
생사여부 감각 없이 누비고 다니던 호이안 전투지역..... 생사를 넘나들던 그 전쟁터는 이제 나에게 머나먼 추억의 전쟁터가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때로 내 귀엔 월남전에서의 포성과 콩볶는 듯한 총성이 들려오며 적들과의 치열한 전투 시의 우리의 고함과 아우성도 들리고 지금도 때때로 비오는 날이면 우기철에 적을 찾아 작전지역을 다니던 때가 생각난다..
(청룡부대가 주둔한 호이안에서 다낭으로 진입하는 도로에 위치한 다낭 마블 마운틴
(Marble Mountain) / 오행산(五行山)
(월남전에 투입된 해병대에서 대대급 수준의 작전은 흔하지 않은 일이었다)
월남전에 투입된 해병대에서 대대급 수준의 작전은 흔하지 않은 일이었다 대대급 주간 작전이 벌어지는 경우 이제까지는 각 중대별로 임무를 받은 작전지역에 산개 하여 1소대가 맨 앞에 개인간격 10메터 정도의 종대로 대오를 형성하고 그 뒤에 같은 대오로 2소대,그 다음 3소대 하는 방식로 중대 전체가 일렬종대로 진군을 해왔는데 이 작전에서는 대대의 각 중대가 소대별로 대오를 횡대로 만들어 전진하기로 하였다..
(중대 방석(진지)을 떠나 일렬종대로 작전지역으로 진군하는 해병들)
(중대 방석(진지)을 떠나 일렬종대로 작전지역으로 진군하는 해병들) 말하자면 1분대 옆에 2분대, 2분대 옆에 내가 소속된 화기분대, 화기분대 옆에 3분대 식 으로 각 분대가 나란히 배치되어 전 소대가 횡대로 앞으로 전진하는 것이다..
대대병력이 이와 같이 월남전 최초로 횡대 작전을 구사하며 그물망으로 고기를 잡듯이 적들을 찾아 한꺼번에 쓸어버리는 작전을 실시하자 다른 때와 달리 여기저기서 전투상황이 곧 벌어지기 시작했다..
다급해진 그들은 달아나기에 바빴고 우리는 그들을 급히 쫓아 섬멸하는 작전을 펴기시작 했다.. 작전 시작한지 삼일정도 되는 날 부터 쫓기던 그들이 마지막 발악을 하듯 우리의 예상진 격로 앞에 부비츄렙을 무수히 매설하기 시작했다.. (사격을 가 하며 적진으로 진격 중인 청룡부대원들)
그들은 달아나는데도 선수급이지만 부비츄렙을 설치하고 달아는데도 가히 선수급이다.. 여기 저기서 부비츄렙이 터지며 아군의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아군의 사상자가 생기면 우리 청룡부대가 위치한 호이안에서 가까운 다낭의 미제 3상륙군 해병대 부대에서 매드백 헬기가 날아온다..
제 삼일째 되는날 부터 전과도 많았으나 아군의 사상자도 늘어나기 시작하여 하늘에 다낭 에서 날아온 미해병대 매드백 헬기가 붕붕붕!~ 대며 수없이 날아온다.. 적들이 어찌나 부비츄렙을 많이 설치 했는지 사상자를 싣기 위하여 매드백 헬기가 날아와 착륙하는 그 자리에서 헬기의 프로펠러가 회전하는 푹풍에 부비츄렙이 터지기도 한다..
부비추렙에 걸려 사상되는 전우들이 늘어나자 미처 매드백 헬기에 싣지 못한 중상자들은 들것에 실려 작전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우리 11중대에 급히 후송된다 (전투중에 발생한 전상자를 매드백 헬기로 옮기는 장면) 나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부비추렙이 터져 온몸이 갈기갈기 찢겨져 중상을 입은 전우들을 다른 전우들이 급히 들것에 실어 나르던 그 장면을 ...
포탄 폭발에 그들의 온몸 여기 저기가 터지고 절단되어 쏟아지는 피를 급히 막고자 상처부위 여기저기에 압박붕대를 임시로 대고 지혈을 한채 후송되던 그들을 ... 그들은 말할 수 없는 고 통에 신음 소리도 못내고 들것에 뉘인채 조용히 눈물만을 흘리며 실려간다..
그 들것뒤에 적들을 사살하여 그들로 부터 노획한 구 소련제 AK-40 소총들을 어깨에 메고 황급히 뒤따른던 전우들을 ... (적진을 강타하고 돌격준비 중인 청룡부대원들) 우리의 눈에 핏발이 서리고 적을 사살하기 위해 생사 감각을 잊고 적을 찾아 섬멸전을 벌인다..
우리 소대 앞에서 저항을 하다가 달아나는 적들을 가장 먼저 발견한 3소대의 유탄발사기 사수가 그를 향해 유탄을 발사한다.. 날아간 유탄이 적의 옆에 터지며 그가 쓰러진다.. 소대장의 고함소리, 무전병의 외치는 통화음이 서로가 쏘아대는 총성과 작렬하는 포탄 소리와 날아오는 헬기 소리에 묻혀 전장터의 아우성을 이룬다..
이러한 전장터의 굉음들 속에서 적들의 퇴로를 향해 계속 진격을 하고 있던 그 순간 갑자기 멀리서 소대장의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이OO 가 깨졌다 전원 그 자리에 앉아!!!~~~" 그 소리는 내게 순간적인 충격으로 닥아왔다..
월남전에서 깨진다는 용어는 적들이 매설한 부비츄렙을 건드려 폭사되는 전사상태를 의미한다 '이OO 수병이 깨지다니 ....' 이OO 수병 ... 그는 내가 월남전에 파병되기전 포항의 제 1 상륙사단에 근무할 당시 나와 같은 5연대 3대대 11중대에 근무햇던 나 보다는 몇기 위의 선임수병이었다.. (포항의 제 1 상륙사단에 위치한 무적해병탑)
그는 성격이 침착하고 온순하여 해병대원 같지 않은 면모가 있었으나 품위가 있었고 너그 러운 성격의 소유자였다.. 파월되어 청룡부대 3대대 11중대에 배속되고 보니 그가 나 보다 몇개월 먼저 파월되어 이미 소총수로 근무하고 있었다. 해병대에서는 나 보다 한달 먼저 입대한 1기수 위의 선임수병이라도 대단한 권위를 가진다..
이OO 수병 ... 그는 나보다 몇기 위의 선임 수병이었지만 포항에서 같은 중대에 근무했던 친근감과 성격이 너그러운 면모도 잇었기에 11중대에 배속받은 후 그와 친하게 지낼 수 있었고 이 작전을 나가기 전날 나는 그의 벙커에 놀러가서 함께 맥주도 마시고 그의 목을 잡아 당기며 장난도 치며 비록 내일 작전 나가서 언제 죽을지 모를 일이었지만 잠시나마 그와 즐거운 시간을 가졌었다..
소대장의 말에 의하면 그는 전사하기 전 바로 앞에서 항거하던 적 하나를 사살하고 뒤이어 달아나던 적을 쫓다가 그들이 매설해 놓은 부비츄렙에 걸려 포탄이 터지며 그 자리에서 산화하였다고 한다.. (무장한 적을 생포하는 청룡부대 해병)
월남전 당시 고속도로 조차 건설할 수 없을 정도로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조국의 부흥을 위하여 머나먼 이국 열사의 땅에 파병되어 목숨을 아끼지 아니하고 용감히 싸우다가 이름 모를 지역에서 애절히 산화한 이OO 수병을 추억하며 인생을 생각한다..
서울에 위치한 국립현충원과 멀리 떨어진 울산에서 그간 바쁘게 살다 보니 그가 묻힌 국립현충원을 아직 못 가보았다.. 몇년 전 국립현충원 홈페이지를 인터넷을 퉁하여 방문하여 그의 이름을 검색해 보니 월남전 전사자 명단에서 그의 묘지를 사진으로나마 곧 찾을 수 있었다..
비록 사진이었으나 그의 말 없는 비석과 묘지는 나를 숙연케 했다.. 1970년에 그가 전사하였으니 그가 전사한지 32년 만에 찾은 일이었다 그를 찾았던 방문자가 쓰는 인터넷 방명록을 보니 32년 동안 아무도 그를 찾은 사람이 없었다.. 그는 참으로 쓸쓸한 무명 용사였다. 비록 인터넷이지만 그에게 꽃을 선사할 수도 있기에 장미꽃 한다발을 선택하여 그간 아무도 찾지 않았던 그의 묘비에 헌화하였다 (국립현충원의 해병대 묘역)
그가 조용히 웃는 것 같았다 이제라도 왔으니 고맙다며 그가 평소에 하던 대로 조용히 미소를 띄우는 것 같았다.. 마음이 저려왔다 같이 목숨 걸고 싸웠던 월남전선에서 이OO 수병은 전사자가 되었고 나는 생환자가 되었다..
하나뿐인 인간의 생명이 전사자가 되던 생환자가 되던 인간이 하늘 아래 마땅히 가야할 길을 모르고 산다면 그의 사는 날이 장구함이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인생이란게 결국은 왔던 곳으로 돌아 가는데 다만 시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고 라고!
얼마나 길게 살았는가 하는 것 보다 천지와 생명을 창조하신 분 앞에서 어떻게 살았는가 하는 것이 보다 더 중요함을 이 수병 그는 이제 잘 아시리라 국가의 부르심을 받아 군인으로써, 해병대의 일원으로써 맡겨진 임무에 충성하시다가 하늘의 부르심을 받아 가신 님이시여........ 이제 꽃 같은 젊은이로써 못다한 한을 푸시고 고즈넉한 나팔 소리 아래 편안히 잠드시라 ...
이 글은 아띠문학 아카데미 카페 훈풍님의 글를 퍼온 글 입니다.. 너무나 저와 같은 처지에 글이기에 글를 보며 눈시울이 뜨거워 글를 못쓸 정도였답니다.. 저는 청룡1대대 1중대 소속으로 첨병(尖兵)으로 6개월 근무하고 6개월은 방석(중대자대내)에서 쉬다 귀국했습니다.. 첨병은 전사하지 않고 무사하면 6개월에 교체합니다..
(전사한 전우들에게 거수경례를 하는 청룡부대 여단장과 대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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