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와 꽃

<코스모스를 노래하는 시 모음>

푸르미르(청룡) 2015. 10. 7. 22:34

<코스모스를 노래하는 시 모음>


 

 

<코스모스를 노래하는 시 모음>


1 코스모스 -(윤동주·시인, 1917-1945)


청초한 코스모스는 

오직 하나인 나의 아가씨

 

달빛이 추운 밤이면 

옛소녀가 못견디게 그리워


코스모스 핀 정원으로 

찾아간다 코스모스는

 

귀또리 울음에도 수줍어지고 

코스모스 앞에선

 

나는 어렸을 적처럼 부끄러워지나니

내 마음은 코스모스의 마음이요

 

코스모스의 마음은 내 마음이다.

 

 

 

코스모스  / 이병기

 

새벽

달아난 잠을 핑계로

 

담배 한 개비를 피워 문다

창 밖에서 비는 내리고

 

가슴속으로 스며든 담배 연기가

오래 묵은 가래를 끓어 올린다.


절망으로부터 도망치려면

삶의 무엇을 끊어야 하는 것인가


문을 열고나선 아침 산책길에

코스모스 한 무리가 비에 젖어 흔들리고 있다.


삶은 원래 이처럼 비를 맞으며 흔들리는 것인가

길을 걷는 사내의 어깨 위로

 

이슬 젖은 잠자리 한 마리가 날아든다. ​

 

3 코스모스 (반기룡·시인)

 

가녀린 몸짓
방긋 웃는 얼굴


가을 햇살과 함께
춤을 추고 있는

 
저 신들린 미친년

 

 

 

4 코스모스 (목필균·시인)


내 여린 부끄러움

색색으로 물들이고

 
온종일 길가에서

서성이는 마음


오직

그대를 향한 것이라면

 

그대는 밤길이라도

밟아 내게로 오실까

 

5 코스모스 (진을주·시인)

 
가을 하늘을 닦고

또 닦는 들녘의 코스모스


서로 화장발을 바라보고

소곤대며 웃고 또 웃고


앞가슴을 열었다가

뒷모습으로 돌아섰다가


실수하기 좋은 열 여섯 소녀의 꿈
아무에게나 웃어 주는 그 순정.

 

 

 

 

6 코스모스 (김진학·시인


불면 날아갈 듯
가녀린 몸매


간밤의 태풍에
행여 허리라도 다쳤나

 

네가 있는 강둑을
한걸음에 왔는데


거울 같은 하늘에
하늘 닮은 코스모스

 

내게 하는 인사말
나 괜찮아 가을이잖아

 

 

 

 

7 코스모스가 피면 (손광세·아동문학가, 1945-)

코스모스가 피면
철둑길에

 
나가 봐야겠습니다.

만난 적이 없지만


언제
헤어진 적이 없지만

 

까닭 없이 그리워지는
해맑은 얼굴의

 
소녀.

차창 밖으로


하얀 손수건을 흔들며
올 것만 같아

 

코스모스가 피면
철둑길에

 
나가 봐야겠습니다.

꽃 속에 묻혀 있으면

혼자서
가만히 앉아 있으면

 

발꿈치 들고 다가와
눈으로

 
웃어 줄 것만 같아

햇살이

 
가늘어지면
코스모스가 피면

 

바람 부는
철둑길에


나가 봐야겠습니다.

 

 

 

 

8,코스모스 (이해인·수녀 시인, 1945-)


몸달아
기다리다

 
피어오른 숨결

오시리라 믿었더니

 
오시리라 믿었더니

눈물로 무늬진


연분홍 옷고름

남겨 주신 노래는


아직도
맑은 이슬

 

뜨거운 그 말씀
재가 되겐 할 수 없어

 

곱게 머리 빗고
고개 숙이면

 

바람 부는
가을 길


노을이 탄다.

 

 

9,코스모스 (공석진·시인)


겨울
발목까지 잘리운

 
그리움은
더욱 깊숙이

 
뿌리내렸다

꽃잎

 
떨구려 마라
님 오실 그 날

 
흙먼지 뒤집어 쓴
미소로 맞을지라도

 

평생
한곳에서


님을 기다려
흔들릴지언정

 
쓰러지지 않겠다

 

 

10,코스모스 (박인걸·목사 시인)


내가 좋아했던 소녀는
긴 목 빼들고


분홍빛 포플린 치마를 입고
코스모스 핀 길을 걸었지.

 

가을 이슬에 행군 듯
눈동자는 맑고


한 움큼 쥘 듯한 허리는
뒤에서 안아주고 싶었지.

 

가지런한 이빨 드러내며
살며시 미소 지을 때면

 
철부지 소년의 여린 가슴은
방망이질을 했었지.

 

코스모스 곱게 핀 이 가을
어느 들길을 걸을 때

 
꽃처럼 환하게 웃는 소녀가
곧 달려나올 것만 같다.

 

 

 

11,코스모스 (오광수·시인, 1953-)


저 길로 오실 게야
분명 저 길로 오실 게야

 
길섶에 함초롬한 기다림입니다

보고픔으로 달빛을 하얗게 태우고

 
그리움은 하늘 가득 물빛이 되어도
바램을 이룰 수 만 있다면,

 

가냘픔엔 이슬 한 방울도 짐이 되는데,
밤새워 기다림도 부족하신지

 
찾아온 아침 햇살에 등 기대어 서 있습니다

 

 

12,코스모스 (조정권·시인)


십삼 촉보다 어두운 가슴을 안고 사는 이 꽃을
고사모사(高士慕師) 꽃이라 부르기를 청하옵니다

 
뜻이 높은 선비는
제 스승을 홀로 사모한다는 뜻이오나

 
함부로 절을 하고 엎드리는
다른 무리와 달리, 이 꽃은

 
제 뜻을 높이되
익으면 익을수록

 
머리를 수그리는 꽃이옵니다.
눈감고 사는 이 꽃은


여기저기 모여 피기를 꺼려
저 혼자 한구석을 찾아

 
구석을 비로소 구석다운 분위기로 이루게 하는
꽃이옵니다.

 

 

 

 

13, 코스모스 .(최광림·시인)


누가
저 가녀린 목덜미께로

 
하현달 한 토막쯤 걸어놓았나

홍역 앓던 막내 놈

 
불질하던 열꽃을
바람 놈이 사알짝 얹혀 논 게야

 

역마살로 떠돌던
햇볕 한 조각

 
손톱 끝에 아려오던
생살 저린 그리움도


상심한 이 계절에
꽃물 들어 내리었거니

 

가슴 속
깊디깊은

 
가장자리에
비밀한 연서 한 쪽


색실 고운 명주실로 엮어 올릴까,

속삭임도 공해란다

 
붉은 입술 파르르
그 속에 내가 앉아 너를 보는 오늘은

 

 

 

 

14,코스모스 (이춘우·시인, 경북 영덕 출생)


어릴 적 코스모스는
내 키보다 더 컸다

 

어머니 닮은 코스모스
삽짝에 서서

날 반겨주고
떠나올 때도 손짓으로

 
나를 보냈다
˝잘 살아야 한데이˝

어머니의 걱정에
눈시울 뜨거워지고


나는 어느새
코스모스 키를 훌쩍 넘어섰다

 

언제 어디에 있어도
코스모스는 울어머니꽃


해마다
코스모스 필 때

 
어머니도 거기 서 계실지.

 

 

 

 

15,칠월의 코스모스 (김경숙·시인)


가을까지 기다리기엔
그리움이 너무 깊어

 

뜨거운 태양의
시선도 뒤로 한 채

 

솟구치는 열정 끌어안은
칠월의 코스모스

 

가녀린 목 길게 드리운
곱디고운 미소는

 

우주를 껴안고도
남을 사랑아

 

 

16,코스모스 (유창섭·시인)


모든 것 휩쓸려 내려간 척박한 땅,
가뭄도, 홍수도, 태풍에도,


끄떡없이 반쯤 뿌리 뽑혀 누운
허리 굽은 몸으로도,

불평 한마디 없이
먼 산 너머로 눈길을 보낸다

 

하마 소식 한 줄 있을지 몰라
삶은 온통 기다림의 세월이라는 걸

겨우겨우 깨닫고 나서야
산 그림자 따라 나서는 가을 햇살에도,


아무도 없는 들길
어쩌다 만나 마주치는 눈길에도,

 
날려보내는 향

가장 낮은 바람에도 허리를 굽혀


흔들리는 마음

 

 

 

 

17,코스모스 (정연복, 1957-)


코스모스처럼
명랑하게

 

코스모스처럼
단순하게

 

코스모스처럼
다정다감하게

 

코스모스처럼
단아(端雅)하게

 

코스모스처럼
가볍게

 

세월의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코스모스처럼
꺾일 듯 꺾이지 않으며!

 

 

 


18,코스모스 (정연복·시인, 1957-)


국화과에 속한 한해살이풀
꽃말은 순정(純情)

 

그러니까 너는
단 한 해를 살면서도

 

순수한 감정의
꽃 하나로 피고 지는 거지

 

단순하면서도
깊은 한 생(生) 살다 가는 거지.

 

씽씽 불어오는 바람에도
불평 한마디 없이

 

아픔도 괴로움도
안으로 고이 감추고

 

길고 가느다란 몸
살랑살랑 춤추는

 

티없이 밝은 성격의
명랑한 아가씨.

 

신(神)의 맨 처음 습작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져

 

더 정답게 느껴지는
동구(洞口) 밖 사랑의 파수꾼.

 

 

 

 

19, 코스모스 (안희선·시인)


다소곳한 얼굴
속눈썹 드리운 가슴은

 
오래 전에 일렁이는
그리움

 

숨쉬는 공기마저
향기가 된다

 

청초한 여인의
갸름한 목덜미를 타고


한 송이 꽃이 된다

옷섶에 묻어있는 햇살마다

 
환한 사랑이 되어
알알이 익어가는

어여쁜 가을이 된다

 

 

 

 

20, 코스모스 꽃길 (오순택·아동문학가, 1942-)


코스모스 꽃길을 걸어가면
발자국엔 고운 꽃물이 고여요.

 

코스모스 꽃길을 손잡고 가면
손바닥엔 연분홍 물이 들지요.

 

코스모스 꽃길을 지나오면
책가방 가득 꽃내음이 담겨요.

 

 

 

 

21,코스모스는 아무것도 숨기지 않는다 (이규리·시인, 1955-)

몸이 가느다란 것은 어디에 마음을 숨기나
실핏줄 같은 이파리로

 
아무리 작게 웃어도 들키고 만다
오장육부가 꽃이라,

기척만 내도 온 체중이 흔들리는
저 가문의 내력은 허약하지만


잘 보라
흔들리면서 흔들리면서도

 
똑같은 동작은 한 번도 되풀이 않는다
코스모스의 중심은 흔들림이다


흔들리지 않았다면 결코 몰랐을 중심,
중심이 없었으면 그 역시 몰랐을 흔들림,


아무것도 숨길 수 없는 마른 체형이
저보다 더 무거운 걸 숨기고 있다

 

 

 

 

22,코스모스 연가 (황라현·시인, 전남 해남 출생)


워낙 수줍음이 많아서
성급하게 몸을 열어주지 못했어요

 

곁눈질로 슬쩍 쳐다보기만 하고
지나가는 신작로에 자리잡고서


날 매만져 주고 가꾸어 주지 않아도
깊게 뿌리 내리지요

 

가을 햇살과 벗하고 싶어
발돋움 하다가 가녀린 몸매에 키만 컸어요

 

알몸으로도 바람을 껴안을 수 있고
옅은 향기로도 마음껏 폼을 내며


시선을 끌어당깁니다

스치는 차들이 심술로 뿜어내는

먼지를 뒤집어쓰면서도
그대 다니는 길에 순정으로 꽃길 밝히어요

 

 

 

 

23,코스모스에 바침 (홍수희·시인)


그 어디 한(恨)서린 혼령들 있어
외로운 들녘
눈물처럼 무리져 피어났는가

 

가도 가도 저만치서 손을 흔드는
베일을 휘감은 비밀의 전설

오늘은 그대 떠나보내고

 
내일은 또 너희 누굴 위하여
가지마다 여윈 손 흔들어 주어야 하나

어느 서럽고 야속한 땅에

 
그리운 한 목숨 그렇게 있어
저절로 붉게 붉게 울어야 하나

꺾지 못할 질긴 모가지,

 
차마 이승을 뜨지 못한 듯
빗물만 그렇게 마시고 선 듯

그 어디 한(恨) 많은 혼령들 있어

 
소낙비 스쳐간 들녘
눈물처럼 통곡처럼 피어났는가

 

 

 

 

24,코스모스 (류정숙·시인)


여덟 꽃잎의 무게를
가누기에도 힘겨워


가는 허리는 벌스럽다

미풍 한 자락에도

 
흔들려야 하는
외다리 발돋움은

 
서러웠다

잠시 벗하던

 
머리에 인
 
구름 한 자락 떠나가면


와줄 이 없는 길목
지키고 서서

 
먼 계절
思鄕譜를 꽃으로 뜯는다


 

25,코스모스 戀書 ♥ 詩, 두보 김기현

 

가녀린 少女의

淸純한 純情

 

淸明한 하늘이고

임 그리워

 

서성이는 그대여

햇살 따라 오실까?

 

길섶 따라 오실까?

파아란 편지지에

 

온몸으로 몸부림치는

애타는 戀書

 

♥ 길섶 : 길의 양쪽 가장자리


 

 

 

26,살살이 꽃(Cosmos)연정♥ 詩, 두보 김기현

 

순정을 다 바친

핑크빛 사랑 그리워

 

살랑살랑

고운 미소 지으며

 

혹시나

그 사람 찾아올

 

흔들리는 마음

새까맣게 애만 타네


아득히 멀어진

잊힌 사랑 그리워

 

하늘하늘

가녀린 몸매 흔들며


행여나

바람결에 묻어올까

 

구름 타고 날아올까

멍든 가슴만 메만 지네

 

♥살살이 꽃 : 코스모스(Cosmos)의 순 우리말의 뜻

 

꽃말은 소녀의 진정, 순정, 애정.

 

 

27,♥ 코스모스 詩, 이해인

 

바람이

가을을 데리고 온

 

작은 언덕길엔

코스모스

 

코스모스

분홍 빛 하얀 빛

 

웃음의 물결

가느다란 몸매에 하늘을 담고

 

조용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소녀들


푸른 줄기마다

을의 꿈 적시며

 

해맑게 웃는다

코스모스

 

코스모스

바람이 분다

 

 

 

 

28,코스모스 - 이형기

 

언제나 트이고 싶은 마음에

하야니 꽃피는 코스모스였다.


돌아서며 돌아서며 연신 부딪치는

물결 같은 그리움이었다.


송두리째 희망도, 절망도,

불타지 못하는 육신


머리를 박고 쓰러진 코스모스는

귀뚜리 우는 섬돌가에

 

몸부림쳐 새겨진 어룽이었다.

그러기에 더욱

 

흐느끼지 않는 설움 홀로 달래며

목이 가늘도록 참아내련다.

 

까마득한 하늘가에

내 가슴이

 

파랗게 부서지는 날

코스모스는 지리.

 

 

 

29,아내와 코스모스 -  정연복


연분홍 코스모스 더미 속에서

아내가 웃고 있다.


분홍빛 루즈를 칠한

입술 사이로


하얀 이빨 가지런히 드러내고

고운 눈웃음을 짓는다.

 


가을꽃 코스모스

가을에 태어난 아내


둘은 참 잘 어울린다

찰떡궁합 같다.

 


여덟 장의 꽃잎 벌려

코스모스가 활짝 웃고


아내도 덩달아

밝게 미소짓는 모습을 보니

 

올 가을에는 좋은 일이 많이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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