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와 꽃

코스모스 時 모음

푸르미르(청룡) 2013. 12. 8. 13:48

 

 

    윤동주의 '코스모스' 외

     

    청초한 코스모스는 오직 하나인 나의 아가씨
    달빛이 싸늘히 추운 밤이면 옛 소녀가 못 견디게 그리워
    코스모스 핀 정원으로 찾아간다.

    코스모스는 귀뚜리 울음에도 수줍어지고
    코스모스 앞에 선 나는 어렸을 적처럼 부끄러워지나니

    내 마음은 코스모스의 마음이요 코스모스의 마음은 내 마음이다.

    (윤동주·시인, 1917-1945)

     

    칠월의 코스모스 시/김경숙 가을까지 기다리기엔 그리움이 너무 깊어 뜨거운 태양의 시선도 뒤로 한 채 솟구치는 열정 끌어안은 칠월의 코스모스 가녀린 목 길게 드리운 곱디고운 미소는 우주를 껴안고도 남을 사랑아

     

     

    코스모스

    내 여린 부끄러움

    색색으로 물들이고

     


    온종일 길가에서

    서성이는 마음

     
    오직 그대를 향한 것이라면
    그대는 밤길이라도

    밟아 내게로 오실까

    (목필균·시인)

     

    코스모스
    가을 하늘을 닦고 또 닦는

    들녘의 코스모스


    서로 화장발을 바라보고 

    소곤대며 웃고 또 웃고


    앞가슴을 열었다가

    뒷모습으로 돌아섰다가


    실수하기 좋은 열 여섯 소녀의 꿈
    아무에게나 웃어 주는 그 순정.

    (진을주·시인)

     


     

    코스모스

    불면 날아갈 듯 가녀린 몸매
    간밤의 태풍에 행여 허리라도 다쳤나

    네가 있는 강둑을 한걸음에 왔는데
    거울 같은 하늘에 하늘 닮은 코스모스

    내게 하는 인사말 나 괜찮아 가을이잖아

    (김진학·시인)

     

    코스모스가 피면

    코스모스가 피면

    철둑길에
    나가 봐야겠습니다.

    만난 적이 없지만
    언제
    헤어진 적이 없지만

    까닭 없이 그리워지는
             해맑은 얼굴의          
            소녀.          

                     
    차창 밖으로
    하얀 손수건을 흔들며
    올 것만 같아

    코스모스가 피면
    철둑길에
    나가 봐야겠습니다.

    꽃 속에 묻혀 있으면
    혼자서
    가만히 앉아 있으면

    발꿈치 들고 다가와
    눈으로
    웃어 줄 것만 같아

    햇살이
    가늘어지면
    코스모스가 피면

    바람 부는
    철둑길에
    나가 봐야겠습니다.


    (손광세·아동문학가, 1945-)

    코스모스

    몸달아

    기다리다
    피어오른 숨결

    오시리라 믿었더니
    오시리라 믿었더니

    눈물로 무늬진
    연분홍 옷고름

    남겨 주신 노래는
    아직도
    맑은 이슬

    뜨거운 그 말씀
    재가 되겐 할 수 없어

    곱게 머리 빗고
    고개 숙이면

    바람 부는
    가을 길
    노을이 탄다.
    (이해인·수녀 시인, 1945-)

     

     

    코스모스

    겨울

    발목까지 잘리운
    그리움은
    더욱 깊숙이
    뿌리내렸다

    꽃잎
    떨구려 마라
    님 오실 그 날
    흙먼지 뒤집어 쓴
    미소로 맞을지라도

    평생
    한곳에서
    님을 기다려
    흔들릴지언정
    쓰러지지 않겠다
    (공석진·시인)  

     

    + 코스모스

    내가 좋아했던 소녀는
    긴 목 빼들고
    분홍빛 포플린 치마를 입고
    코스모스 핀 길을 걸었지.

    가을 이슬에 행군 듯
    눈동자는 맑고
    한 움큼 쥘 듯한 허리는
    뒤에서 안아주고 싶었지.

    가지런한 이빨 드러내며
    살며시 미소 지을 때면
    철부지 소년의 여린 가슴은
    방망이질을 했었지.

    코스모스 곱게 핀 이 가을
    어느 들길을 걸을 때
    꽃처럼 환하게 웃는 소녀가
    곧 달려나올 것만 같다.
    (박인걸·목사 시인)

     

     코스모스

    저 길로 오실 게야
    분명 저 길로 오실 게야
    길섶에 함초롬한 기다림입니다

    보고픔으로 달빛을 하얗게 태우고
    그리움은 하늘 가득 물빛이 되어도
    바램을 이룰 수 만 있다면,

    가냘픔엔 이슬 한 방울도 짐이 되는데,
    밤새워 기다림도 부족하신지
    찾아온 아침 햇살에 등 기대어 서 있습니다

    (오광수·시인, 1953-)

     

    코스모스

    십삼 촉보다 어두운 가슴을 안고 사는

    이 꽃을 고사모사(高士慕師) 꽃이라 부르기를 청하옵니다

     
    뜻이 높은 선비는 제 스승을 홀로 사모 한다는 뜻이오나
    함부로 절을 하고 엎드리는 다른 무리와 달리, 이 꽃은
    제 뜻을 높이되 익으면 익을수록 머리를 수그리는 꽃이옵니다.

     
    눈감고 사는 이 꽃은 여기저기 모여 피기를 꺼려
    저 혼자 한구석을 찾아 구석을 비로소 구석다운 분위기로

    이루게 하는 꽃이옵니다.


    (조정권·시인)

     

     코스모스

    누가
    저 가녀린 목덜미께로
    하현달 한 토막쯤 걸어놓았나

    홍역 앓던 막내 놈
    불질하던 열꽃을
    바람 놈이 사알짝 얹혀 논 게야

    역마살로 떠돌던
    햇볕 한 조각
    손톱 끝에 아려오던
    생살 저린 그리움도


    상심한 이 계절에
    꽃물 들어 내리었거니

    가슴 속
    깊디깊은
    가장자리에
    비밀한 연서 한 쪽
    색실 고운 명주실로 엮어 올릴까,

    속삭임도 공해란다
    붉은 입술 파르르
    그 속에 내가 앉아 너를 보는 오늘은.


    (최광림·시인)

     


    코스모스

    어릴 적 코스모스는
    내 키보다 더 컸다

    어머니 닮은 코스모스
    삽짝에 서서
    날 반겨주고

     
    떠나올 때도 손짓으로
    나를 보냈다


    "잘 살아야 한데이"
    어머니의 걱정에
    눈시울 뜨거워지고

     
    나는 어느새
    코스모스 키를 훌쩍 넘어섰다

    언제 어디에 있어도
    코스모스는 울어머니꽃


    해마다
    코스모스 필 때
    어머니도 거기 서 계실지.


    (이춘우·시인, 경북 영덕 출생)


    코스모스

    모든 것 휩쓸려 내려간 척박한 땅,
    가뭄도, 홍수도, 태풍에도,
    끄떡없이 반쯤 뿌리 뽑혀 누운
     

    허리 굽은 몸으로도,
    불평 한마디 없이
    먼 산 너머로 눈길을 보낸다

    하마 소식 한 줄 있을지 몰라
    삶은 온통 기다림의 세월이라는 걸

    겨우겨우 깨닫고 나서야
    산 그림자 따라 나서는 가을 햇살에도,
    아무도 없는 들길

    어쩌다 만나 마주치는 눈길에도,
    날려보내는 향

    가장 낮은 바람에도 허리를 굽혀
    흔들리는 마음
     
     (유창섭·시인)
     

    코스모스

    코스모스처럼
    명랑하게

    코스모스처럼
    단순하게

    코스모스처럼
    다정다감하게

    코스모스처럼
    단아(端雅)하게

    코스모스처럼
    가볍게

    세월의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코스모스처럼
    꺾일 듯 꺾이지 않으며!


    (정연복,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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