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에서 거주하고 있는 K신부 앞에 일흔이 넘어보이는 노인이 다가와 섰습니다 "저를 이 섬에서 살게 해 주실 수 없습니까?" 느닷없는 노인의 요청에 K신부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아니, 노인장께서는 정상인으로 보이는데 나환자들과 같이 살다니요?" "제발..." 그저 해본 소리는 아닌 듯 사뭇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노인을 바라보며, K신부는 무언가 모를 감정에 사로잡히게 되었습니다 "저에게는 모두 여덟 명의 자녀가 있었지요" 자리를 권하여 앉자 노인은 한숨을 쉬더니 입을 떼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중의 한 아이가 문둥병에 걸렸습니다." "언제 이야기입니까?" "지금으로부터 40년전, 그 아이가 열 한 살 때였지요" "병 사실을 알았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은 그 아이를 다른 가족이나 동네..